여행의 단상
아주 짧은 여행이라고 하여도
살던 곳을 잠시 떠난 다는 것은 역시 설래이는 마음을 주나보다.
그곳이 가본곳이라고 해도, 할 일이 있어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도 말이다.
잠시 어두운 역으로 들어왔던 기차는 내가 살던 이지역을 벗어나
사람 사는 곳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전혀 낯선 곳으로 나를 던져 넣는다.
그러나, 그것이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설래임으로 다가서는 이유는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일까?
나 스스로가 낯선 초대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얻기위해 이 여행에 나서게 된 때문일까?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여도,
홀로 자주 떠났었던 여행들의 지난 기억의 단편들을 떠올리게 하며,
어쩌면 옛기억 속으로 나를 잠기게 하기 때문이리라.
기억 상실증 환자처럼 잊어 버렸고,
잊고 싶었던 그 치열했던 삶의 나날들과
지금까지의 이어지는 방황으로 종지부를 찍었던 옛 이야기들이
기차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시간이라는 벽을 넘어
오랜된 나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제는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의 이유도 잊은채
아련한 감정과 느낌으로 밖에 남아 있지 않아
그다지도 중요했던 것이었는지에 대한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피식 웃음 한 조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억하기로는,
온 세상을 집어 삼킬듯 덤벼들고,
나의 모든것을 다 바쳐서 하던 것들 이었더랬다.
다시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붙잡고 있던 것들에 대해
나는 인생의 한 순간이나마 그렇게 불꽃튀는 열정을 가질 수 있었기에
지금은 감사해 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