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힐링 연구소> 치유와 회복, 정화와 소통

우선 집을 나서기로 한다

 

최근에 무언가를 계획하고, 알아보는게 지쳐서

누군가가 보자고 했으면 무조건 그러마 했겠지만,

내가 계획하고 미리 보자고 하지는 않았다.

 

나가면서 누군가에게 전화걸까하다가

그냥 혼자 가기로 한다.

 

전철이 갑갑하게 느껴진다.

버스를 타는게 좋겠군.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기대한채

집 앞 정류장에서 노선표를 보다

무조건 첫번째 오는 버스를 집어 타기로 한다

 

처음 온 버스는

시내 주요 도로를 굽이굽이 돌아다닌 후

조금 시외로 빠지는 녀석이다.

이걸타고 종점인 시외로 가볼까?

 

가다가 갑자기 갑갑해서 창문을 연다.

차들의 희끄먼 매연과 함께 바람이 들어온다.

차들이 좀 정체군.

 

아. 갑자기 걷고 싶다.

이걸타고 종점까지 가면 한참 걸리겠지.

갑자기 막 걷고 싶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려 걷는다

개나리가 노랗게 지천이다.

보기 좋군.

 

약간 걸으니 시원한 바람이 생각난다.

근처가 한강인데 거기를 가볼까?

지하철을 타야 하지만 금방가니까

 

계단을 내려가다 쳐다보는 여자가 있다.

왜 쳐다보는 거지?

가서 왜그러냐고 물어볼 용기는 없다

다음에는 한번 물어봐야지 하지만

몇 분을 서로 쳐다보다가

내려버린 저번처럼 이번에도 그냥 지나친다.

 

금방 도착한 한강

햇살이 따사롭다.

 

오호...한강을 완전히 뒤엎어서 공사를 하고 있다.

빠른걸음으로 지나쳐 다시 한가로운 길을 걷는다.

 

억새풀을 지나 조그만 섬도 지나고

한참을 걸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연인끼리 착달라붙은것도 보고

커플자전거에 같이 않자 남자만 열심히 돌리는 것도 보고

강아지와 엎드려 책을 읽는 외국인

자전거 빌려주는 대여소도 있네.

 

지나가던 아줌마가 사진을 부탁한다

그리곤 잘 찍었을것 같다고 고맙다고

호들갑 스럽게 인사한다.

 

아 더 걸어야 하나?

갑자기 걷기 싫다.

지인이 어디냐고 문자로 묻는다.

응 어디야.

 

앉아서 쉬다가 배가 고프다

기분좋은 한강을 빠져 나가로 한다

 

나가서 나는 큰도로에서

왼쪽으로 갈찌 오른쪽으로 갈지 갈등한다

그 순간 갑자기

아, 난 뭔가 좋은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걷기로 한거라는 기억이 한순가에 팍.

 

그냥.

왼쪽으로 걷기로 한다

지나가는 버스를 보며 전철역을 유심히 찾는다.

대게 모르는 곳에서는

아무 지하철로만 가는 아무 버스를 집어타면

대부분 금방 길을 찾을 수 있다.

그치만 오늘은 지하철까지 걷기로 한다

 

지하철이다

또 어디론가로 가면서

나는 계획없는 하루의 여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