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런 날이 있다.
이야기_한_컷2011. 5. 20. 17:55
- 꼭 그런 날이 있다.
서 있을 수 있는 에너지 조차 없는데,
그런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구덩이로 나를 밀어 넣는.
예전에 작은 누나가 수술을 하는 날도
그 일하나 만으로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며,
삶에 에너지가 너무 없어서
마지막 희망이라고 미루고 미뤘던
여러 사람들로 부터의 도움을 요청하고 널 부러져 있는데,
회사의 일과 개인적인 일들이
갑자기 해일 처럼 밀려 와서는 나를 더욱 복잡하게 얽혀버려서,
망연자실 두손을 놔버리고 엎어져 버렸던 날처럼.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인생은 나를 순순히 놓아 주지 않고,
나는 집을 잃어버린 아이 마냥
이리 가지도 못하고 저리 가지도 못한 채로.
하던 업무는 잘 안 풀려 이리저리 묶여버리고,
클라이언트와 논쟁에 논쟁을 벌였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 기억조차 안나고,
오랜만에 연락 온 반가운 전화는 무뚝뚝하게 받고,
친하던 사람과는 점점 멀어지고,
친구로 부터의 전화는 어색하게 끊은 오늘.
떡뽁이나 한 접시 해 먹을까?